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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정책실명제

2018.03.30

자랑스러운 것도, 부끄러운 것도 다 역사다. 그 평가는 동시대 사람들도 하지만, 후세의 평가가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역사든 세계사든 기록은 새로운 시대에 다시 부활하여 되새겨진다. 기록해 두지 않으면 기억되지 못하고 망각되기 쉽다. 어떤 정책에 관한 기록은 그 업무담당자에게 책임성과 전문성을 요구하고 증진시킨다. 현재의 기록은 미래의 이정표가 된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듯이 개인이든 사회든 국가든 어떤 공동체든 그 역사는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중복된 업무추진으로 인한 불필요한 인력·예산·시간 낭비를 줄이고, 그 부작용과 문제점을 최소화하며, 시행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업그레이드의 기초로 삼을 수 있고, 역사의 심판을 통해 공과를 분명히 해 후세들에게 지침을 준다.

 

과거 없는 현재 없고, 현재 없는 미래 없다. 과거 왕조시대에도 역사적인 기록을 남겨 오늘날 우리가 그 사실(史實)을 토대로 인지활동을 확장, 변화시켜가고 있다. 세상 일은 결국 시작과 함께 기록되고 기록으로 마쳐진다. 곳곳에 설치된 CCTV는 사생활 침해, 행복추구권 침해라는 비판도 있지만, 현실적인 필요성으로 그 설치 및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공적 영역에서 모든 정책은 투명하고 공정하며 적정하고 충실하게 검토되고, 집행된 다음에는 반드시 적정한 사후평가를 해야 한다. 그 시행에 따른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정책실명제는 정책수행자가 바뀌어도 그 직무의 일관성, 계속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직무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기존의 정책들이 폐기되지 않으며, 시간의 연속성 상에서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으로 미래지향적인 지혜를 발견, 모색해 갈 수 있다. 공인은 그 직분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공인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뜻을 수렴해서 그 직분을 추진해야 하는 소명을 받은 사람이다. 내부적, 외부적 평가와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또한 기록은 지혜의 보고, 보물창고와 같다. 기록은 선현들의 지혜를 전달받는 통로로서, 동서양의 고전이나 성현들의 지혜는 오늘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 과거를 통해 온고지신하고 역지사지하게 된다.

 

한편, 잘못된 역사는 진정한 반성과 환골탈태하는 혁신이 없으면 그 잘못이 되풀이된다. 진정한 용기는 '옳은 것은 옳다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라고 말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불의에 침묵하는 것은 불의에 동조하고 동참하는 것이다. 공적 직분을 담당하는 자는 공동체를 위해 존재하는 파수꾼이다. 불의를 가차없이 거부하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공적 기관이든 사적 집단이든 여러 사람의 합의라는 익명의 울타리 뒤에 숨어서 무책임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모든 정책 수립과 집행은 실명제로 그 담당자들의 이름을 분명하게 기록해 놓아야 한다. 모래사장이나 눈밭에 새겨 놓은 글은 금세 사라지지만, 문서에 남겨진 이름은 오래오래 기억되고 평가되며 인구에 회자될 것이다.

 

‘눈 덮인 곳에서 걸어갈 때에는 뒤에 오는 사람에게 이정표가 되니 함부로 걷지 마라’는 글귀를 명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