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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 형사사법비용론|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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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7 오후 5:48:34


[칼럼] 형사사법비용론

 

영미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고 유럽에서도 정책적으로 보편화된 법경제학은 우리에게 생소한 분야다. 학자들 간에 일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법무부, 대검, 법원행정처는 정책적 차원에서 아직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듯하다. 각종 분쟁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하면서도 국가 사법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데 유럽에서는 2002년 9월 설립된 유럽평의회의 효과적 사법을 위한 유럽위원회(CEPEJ)를 중심으로 정책적 논의가 활발하다.

 

형사사법 분야는 더욱 더 경제학적인 관점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효과적인 범죄예방과 수사, 재판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은 시민의 안전은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범죄예방과 처벌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때 국가와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야 할 자원이 불필요하게 낭비됨에 따라 국가경쟁력도 그만큼 훼손될 수밖에 없다.

 

공판중심주의도 형사사법 비용 측면에서 고려할 부분이 많다. 공판중심주의를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사건을 정식 재판으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판사도 더 뽑고 법정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 한 사건을 심리하는데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신속한 재판이라는 또 다른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복지예산 지출의 증가,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부족 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공판중심주의를 위해 법원을 더 짓고 사법예산을 증액하는 것이 최선이기만 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유럽에서는 1990년대부터 ‘정식 재판할 가치’가 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나 부인하는 사건에 한해서 공판중심주의 방식으로 형사재판을 운영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경미한 사건이나 자백하고 증거가 충분하여 양형결정만 남은 사건은 신속절차나 플리바게닝을 통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이를 통해 인권 친화적이고 사회복귀에 더욱 효과적인 처분을 하면서도 교정시설 신축과 유지 관리에 소요되는 예산을 절약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정된 형사사법 자원과 인력을 보다 중요한 곳에 투입할 수 있고 검사와 판사들도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사건의 수사와 재판에 집중할 수 있다.

 

형사사법에 법경제학적 관점을 도입될 경우 국민입장에서도 많은 장점이 있다. 당장 세금으로 지출되는 형사사법 관련 예산이 절감된다. 형사사법 전자화를 확대하여 고소장이나 각종 증명서, 수사서류 사본을 인터넷을 통해 제출하거나 교부받는다면 직접 검찰이나 경찰서에 가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훨씬 절약된다. 그로 인한 여력을 생산적인 부문에 투입하게 되면 개인의 편익은 물론 국가 사회적으로도 큰 이익이 될 것이다.

 

공정한 재판, 대심주의, 당사자 간 권리 평등의 보장, 무죄추정, 피해자의 권리 보장, 강제처분의 사법통제와 비례성, 신속한 재판 등 형사사법의 근본원칙이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세부적인 형사절차는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전면 혁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코 도그마라는 낡은 허상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복지비용의 급격한 증가와 세수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형사사법 분야도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우리 역사와 사회, 환경을 가장 잘 반영하면서도 국민들에게 편리한 효율적인 형사사법 모델이 최선의 형사사법제도다. 형사사법은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고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형사사법이 어떤 모습인지 잘 살펴 반영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그런데 공수처 신설, 검경수사권조정, 자치경찰제 논의에서 형사사법비용의 증가 문제에 고려는 전혀 없고 국민에게 더욱 편리하고 효과적인 제도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찾아보기 힘들다.

 

검찰개혁과 수사권조정도 좋지만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으로 인한 실질적인 항고절차의 신설, 그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과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의 심화, 검찰과 경찰, 공수처의 경쟁적 수사와 관할 경합으로 인한 문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수사대상의 불분명함으로 인한 일선 수사현장에서의 대혼란, 범죄피해자 보호와 신속한 피해회복의 지연, 각종 조직 신설과 인력증가에 따른 국가예산 투입 등 문제가 형사사법 비용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된 뒤에 추진되지 않으면 안 된다.

  • 김종민 구성원변호사

    김종민구성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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