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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타임즈] 홍콩고등법원의 "복면금지법" 위헌 판결|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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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1-03 오전 8:51:50

[김종길의 북경통신] 홍콩고등법원의 "복면금지법" 위헌 판결
   

2019년 11월 18일 홍콩고등법원은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판결문을 통해 홍콩행정장관 캐리람이 긴급정황규제조례(緊急情況規例條例, 이하 "긴급법"이라 함)에 근거하여 제정한 복면금지법(禁止蒙面規例, 통상 '禁蒙面法'이라 칭함)은 위헌(unconstitutional)이라고 판결했다. 구체적으로는 긴급법의 공공안전 조항이 홍콩특별행정구기본법(이하 "기본법"이라 함)에 위반되고, 긴급법에 근거하여 제정된 복면금지법의 다수 조항이 과잉금지원칙과 비례원칙에 위반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원래 복면금지법은 '반송중시위'에서 경찰이 안면인식기술로 시위자를 색출하자 이에 대항하여 시위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쓰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시위자를 색출, 검거하는데 곤란을 겪고 시위가 과격화되니, 홍콩행정장관 캐리람이 긴급법에 근거하여 마스크를 쓰는 것이 '공안에 위해된다'는 이유로 복면금지법을 11월 4일 제정하여 11월 5일부터 시행한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되자 홍콩인들은 거세게 반발하였고, 민주파 의원 24명이 홍콩고등법원에 위헌심사를 신청하였는데, 홍콩고등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이다.

홍콩고등법원이 복면금지법 위헌 판결을 내리자, 대륙의 중국정부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법제공작위원회("전인대 법공회")는 11월 19일 성명을 발표하여 홍콩고등법원의 위헌 판결을 비판했다. "헌법과 기본법은 공동으로 특별행정구의 헌제기초를 이룬다. 홍콩특별행정구의 법률이 홍콩기본법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으며, 다른 어떤 기관도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홍콩법원은 위헌재판을 할 권한이 없다는 말이다.

국무원홍콩마카오판공실도 19일 "홍콩고등법원의 위헌 판결은 공공연하게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권위와 법률이 부여한 행정장관의 권력에 도전하는 것이고, 이는 사회, 정치에 엄청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또 중앙인민정부주홍콩연락판공실(중련판)도 19일 저녁 신화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헌법과 홍콩기본법의 관련 규정에 근거하면, 홍콩 현지법률이 기본법에 저촉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은 의심의 여지없이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있다."

한편 홍콩행정장관 캐리람은, 기자들이 전인대 법공회의 해석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전인대 법공회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홍콩고등법원의 18일 위헌 판결은 단지 복면금지법에 대한 것이며, 여하한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고, 앞으로 후속절차가 이어질 것이어서 코멘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홍콩경찰은 복면금지법의 집행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콩고등법원의 위헌 판결을 둘러싼 홍콩과 대륙의 논쟁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든다.

"기본법은 분명히 헌법이 아니고 중국의 입법기관인 전인대가 제정한 법률인데, 왜 홍콩고등법원은 형식상 '법률'에 불과한 기본법을 위반한 것에 대하여 '위헌'이라고 판결하였을까?"

이러한 문제들이 생겨난 원인은 바로 기본법과 그 근거가 되는 '일국양제'에 있다.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의 주권을 회수하면서 '일국양제'의 기본원칙에 따라 중영공동성명을 체결하고 이에 근거하여기본법을 제정했다. 기본법 제2조는 "전인대는 홍콩특별행정구가 본 법에 따라 고도의 자치를 실행하도록수권하였으며, 홍콩특별행정구는 행정관리권, 입법권, 독립의 사법권과 종심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제8조는 "홍콩의 기존 법률 즉, 보통법, 형평법, 조례, 부속입법과 관습법은 상호저촉되거나 홍콩특별행정구의 입법기관이 수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대로 보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홍콩은 중국 대륙과 독립적인 법률이 적용되고 있어, 중국 대륙의 헌법, 법률, 법규가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홍콩에 적용되는 최상위법은 중국 전인대에서 제정한 법률인 기본법이다. 만일 한 나라(혹은 지역)에 적용되는 최상위법을 헌법이라고 한다면 기본법은 홍콩의 헌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홍콩법원이 위헌재판권을 가지는지에 대하여는 기본법 시행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바로 오가령사건(吳嘉玲事件)이다.

원래 1997년 이전에 홍콩인이 내지에서 낳은 자녀들은 홍콩거주권이 없었고, 단지 중국 내지의 공안기관에 홍콩이주를 허가하는 '단정통행증(單程通行證)'을 발급받아야 했는데, 내지는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어통상 수년에서 10년이 걸렸고, 그러다 보니 많은 홍콩인들은 절차를 정상적으로 거치지 않고 자녀를 홍콩에 데려온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중국이 홍콩의 주권을 회복한 후 실시된 기본법 제24조는 "홍콩에서 출생한 중국공민, 홍콩에서 7년 이상 통상적으로 거주한 중국공민 및 이들이 낳은 중국 국적의 자녀는 홍콩영주권을 획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콩인이 내지에서 낳은 자녀들 중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홍콩에 들어온 인원이 1998년경 1000여명에 이르렀는데, 홍콩정부는 이들을 내지로 되돌려 보내려 했다. 그러자 당시 10살 된 오가령 등 4명이 소송을 제기했고, 1999년 1월 17일 홍콩법원은 홍콩인의 자녀는 홍콩영주권자인데, 이들이 증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여 내지로 돌려보내는 것은 기본법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홍콩법원이 위헌으로 판결한 법규 중에는 중국정부의 단정통행증제도를 규정한 <중국공민이 사적으로 홍콩지구 혹은 마카오지구를 왕래하는 잠행관리 방법>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당시 홍콩법원의 위헌재판권의 범위를 놓고 대륙과 중국의 법률가들 사이에는 큰 논쟁이 벌어졌다.

기본법 제158조는 기본법의 해석권에 관하여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본법의 해석권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속한다. 전국인민대표대회상무위원회는 홍콩특별행정구법원에 사건심리시 본법의 홍콩특별행정구 자치범위내의 조항에 대하여 자체적으로 해석할 권한을 수여한다."

오가령사건에서 문제된, 홍콩인이 내지에서 낳은 자녀들 문제는 최종적으로 홍콩특구정부가 기본법 제158조에 근거하여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해석을 요청하고,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해석을 내놓음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이는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해석'을 통하여 홍콩관련사항에 관여하는 단초를 열었고, 그 이후에도 선거, 선서 등에 관하여 5차례에 걸쳐 해석을 내놓는데, 모두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내놓은 것들이다.

홍콩에서의 기본법과 관련한 효력순위를 보면 첫째, 기본법이 있고, 둘째,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기본법 해석이 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해석은 기본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다고 해야 할 것이고, 결국 홍콩법원도 이에 기속된다. 셋째, 홍콩법원은 홍콩 내에서 시행되는 법률, 법규의 기본법 위반 여부를 판결할 권한이 있다. 이런 점에서 홍콩법원의 위헌재판권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중국정부가 보다 강력한 기본법 해석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러므로 이번 위헌 판결에 대한 전인대 법공위의 대응은 상당히 서툴렀다는 느낌이 있다. 전인대 법공위는 거의 직설적으로 "홍콩법원은 기본법 위반 여부를 판결할 권한이 없다"고 비판하였는데, 이는 그동안 홍콩법원이 기본법 위반 사건을 여러 차례 다루어 왔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적절하지 않았다.

특히 2018년에는 홍콩법원이 고속철의 '일지양검(一地兩檢, 출입경관리를 중국과 홍콩이 한 곳에서 간편하게 진행하는 절차)'이 기본법에 합치된다고 판결한 바 있는데, 그때까지 홍콩법원의 위헌재판권에 대하여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친중국적인 홍콩정부나 홍콩경찰도 전인대 법공위의 의견을 무시하고(겉으로는 '존중'한다고 하면서), 홍콩법원의 위헌 판결에 따라 복면금지법의 집행을 중단했다. 결국 스스로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 내린 결과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중국과 홍콩간에는 사법권에 대한 인식의 편차가 크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중국은 대륙법을 계수하였으나, 홍콩은 영미법에 속한다. 다음으로, 중국은 민주집중제로 사법권 독립이 인정되지 않으나, 홍콩은 삼권분립으로 사법권 독립이 인정되고 있다. 중국법원의 인사권은 인민대표대회(입법기관)가, 예산권은 지방정부(행정기관)가 장악하고 있어, 법원의 권한은 매우 축소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중국에서는 사법기관이 입법기관 혹은 행정기관의 입법이나 조치에 대하여 위헌무효라고 판단하는 것이낯설고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아마도 중국의 홍콩관련기관들과 매체들이 조건반사적으로 위헌 판결에 대하여 비판을 퍼부은 이유일 것이다.

그동안 복면금지법 위반으로 정식 기소된 사건은 단 1건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면, 홍콩정부가 복면금지법을 제정한 것은 시위참여자들로 하여금 겁을 먹고 시위를 자제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컸던 것 같다. 강력하게 집행하게 되면 더욱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실제 집행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직 복면금지법 위헌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홍콩정부 율정사가 홍콩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상소함에 따라 현재 홍콩고등법원 상소부에 계류 중이다. 법원은 내년 1월 9일부터 이틀간 변론을 연다고 발표했다.

  • 김종길 구성원변호사

    김종길구성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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