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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 헌법교과서를 다시 펼치며

2020.04.11
2020.04.11

[법률저널] 헌법교과서를 다시 펼치며

[칼럼] 헌법교과서를 다시 펼치며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늘 어지러운 정치판이지만 이번 총선처럼 시끄럽고 탈도 많은 최악의 경우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다시없을 것이다. 제1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통과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만든 공직선거법이 근본원인이지만 사상 초유의 비례위성정당 출현과 41개 정당이 난립한 이번 선거를 보면서 선거는 왜 하는 것인지, 대의민주주의는 무엇인지 본질적인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오랜만에 헌법교과서를 꺼내 봤다. 대의민주주의는 “국민이 통치기관을 결정·구성한다는 점에서 국민주권원리를 관철시키는 것이며 통치권력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는 자신의 선거구민이나 지지자들의 대표가 아니라 전체 국민의 대표이며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특정한 계층, 집단, 사람,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되고,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현재와 미래의 국민 전체의 이익을 추구·실현해야 하는 지위에 있다”고도 씌어 있다 (헌법학원론, 정종섭).

 

그러나 우리 현실은 어떤가. 각 정당의 이번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보면 국민의 대표는 고사하고 정당의 대표도 못 되는 특정 파당의 대표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급조된 비례위성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교과서에는 비례대표제의 의의에 관해“다수대표의 방식에서 발생하는 사표 및 득표율과 정당 의석수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지역선거에 따르는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특수이익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지역선거에 따르는 지역구 관리비용을 줄이고, 전문가의 의회 충원을 가능하게 하여 전문가 정치를 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오히려 교과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다수 정당의 난립과 군소정당 출현에 따른 정국불안의 초래 가능성이 높고, 의원에 대한 정당의 지배력이 강화되며, 정당규율에 따른 국민대표성이 약화될 수 있고, 직접 선거원칙에 저촉될 위험이 클 뿐 아니라 선거에서 정당 간부의 횡포와 부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례대표제도의 부작용이 극대화 된 21대 총선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헌법재판소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오늘날의 민주정치 아래에서의 선거는 국민의 참여가 필수적이고,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자유로이 결정하고 표명하여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민주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는데 선택할 정당, 선택할 후보가 마땅치 않은 국민들에게 진정한 정치적 선택권이란 무엇인지 의문이다.


정치의 계절이 올 때마다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정치적 메시아를 기다려 보지만 국민들의 기대가 헛된 꿈이었음을 증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은 악순환을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할까. 보수와 진보를 말하지만 어느 정파 할 것 없이 국가발전과 민생 경제에는 관심이 없고, 선거가 오로지 국민의 이름을 빌려 특정 패거리 정치인들을 위한 권력 쟁취 과정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느끼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년 대한민국의 대의민주주의는 확실히 고장났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는 쓰레기통에 처박힌 지 오래다. 국민의 진정한 민의가 반영되는 제대로 된 정치의 복원이 시급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그 후폭풍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초특급 위기상황이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또다시 소모적 정쟁으로 지새우게 되면 국민들은 기댈 곳이 없다. 국가도 몰락의 길을 수밖에 없다. 논어에 ‘잘못하고 고치지 않으면 이를 일러 잘못이라 한다’고 했다. 다시는 이런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이번 총선을 대한민국 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뼈아픈 교훈으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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