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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정종섭 의원의 ‘헌법교과서’는 수정되어야 한다

2020.01.04
2020.01.04

[한겨레]정종섭 의원의 ‘헌법교과서’는 수정되어야 한다

[왜냐면] 정종섭 의원의 ‘헌법교과서’는 수정되어야 한다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헌법학자로서 집필했던 <헌법학원론>(2018)을 최근 정독하였다. 모두 16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이었는데, 필자가 헌법 교과서에 관하여 찾던 바로 그 책이었다. 현행 대한민국헌법에 관한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례, 외국의 입법례와 국내외 학설이 거의 모두 정리되어 있었으며, 저자의 학문적 연구가 집대성된 느낌을 받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국가정보원(국정원)에 관한 서술인데, 몇 가지 내용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보기관의 감청과 관련하여 “감청에 법원의 영장 또는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 국가정보활동의 성질과 기능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사전이든 사후든 판사에게도 노출시키지 말아야 하는 경우도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주권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위헌적 서술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같은 책의 다른 부분에서 국민주권 원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정하여 국민주권을 헌법원리로 정하고 있다. 공권력은 자기목적적인 것이 될 수 없고, 공동체의 존속·유지와 공동체 내에서 살고 있는 구성원의 행복추구 및 개성실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할 때만 정당성을 가진다.” 국정원이 법관의 통제조차 받지 않고,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인 통신의 비밀을 마음대로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둘째, “국정원이 대통령의 소속으로 되어 있고,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지만,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왜곡하는 때에는 국정원은 대통령을 상대로 그 임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감시하는 의미에서는 국정원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성을 가지는 기관이기도 하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왜곡하는 때에는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정부 통제 권한을 부여받은 국회가 나서서 탄핵 등의 조치를 취하면 되고, 그것이 헌법에 부합한다. 헌법이나 어떠한 법률도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감시할 권한을 국정원에 부여하지 않았다. 국정원은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아야 할 뿐,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독립성을 주장할 수 없다.

셋째, “국가정보기구의 조직은 대외적으로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 한 국가의 정보기구 조직은 외국 정보기관들의 활동의 중요한 표적이 되고, 이의 노출은 국가이익과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하므로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정원은 헌법상의 기관이 아닌 법률상의 기관에 불과하다.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부여받은 국회, 정부, 법원은 모두 위치와 조직, 직무 활동 등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 법률상의 기관인 국정원과 달리 헌법기관이고, 주권자로부터 훨씬 더 중요한 기능을 부여받은 국회 등이 모두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데, 고작 외국 정보기관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 조직이 비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주권자인 국민을 대단히 무시하는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내는 세금(예산)으로 운영비와 급여 등을 지급받는 기관이라면 당연히 주권자인 국민 앞에 그 조직을 드러내고 감시를 받아야 하는 것이 국민주권 원리에 부합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16일 제40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 모든 권력기관은 조직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민주주의 상식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국정원에도 해당하는 지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국정원 관련 서술 부분은 위 책의 다른 부분과 달리, 저자의 독자적 견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국정원의 일방적 주장이 거의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위 책을 지침 내지 참고로 삼을 학생들과 그 밖의 여러 독자층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판이 출간될 때 국정원 관련 부분을 삭제하거나 수정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 성낙인 교수의 헌법교과서(<헌법학>, 2019)에는 국정원 관련 서술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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