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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인재를 대접하는 법

2018.01.13
2018.01.13

[법률저널]인재를 대접하는 법

[칼럼] 인재를 대접하는 법

 

작년 12월 말 경기도 지역 부시장으로 근무하던 대학 동기가 2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퇴직한다는 소식을 대학 동기 밴드에 올렸다. 92년 졸업하면서 행정고시에 합격해 사무관으로 임관한 뒤 행정안전부와 경기도의 주요 보직을 거치며 1급 관리관으로 승진해 일해 왔는데 52세의 한창 나이에 공직을 떠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동기를 잘 알지 못하고 퇴직하게 된 경위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무직자가 되어 생존과 존엄을 위해 인생 제2막을 살아갈 것이라고 소회를 밝힌 것으로 보아 자의에 의한 퇴직은 아닌 듯하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직자들은 인사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어쩌면 생사의 기로에 선다고 하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정년보장이 되지 않는 1급 고위공직자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거의 대부분 타의에 의해 사표를 내고 공직을 떠나는 것이 관행이 된지 오래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 비판하지만 단지 전 정권에서 잘 나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표를 내야하는 냉정한 현실 앞에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그러다 보니 암암리에 출세를 위해, 살아남기 위해 정치권 줄 대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소문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부와 주요 공기업, 공공기관장 인사가 있었다. 훌륭한 분들도 많이 등용되었지만 선뜻 이해되지 않는 인사도 적지 않았다. 평생 약국 운영 밖에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선 때 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을 한 인연으로 식약처장으로 임명되었고, 2008년 전기·가스를 끊고 기차와 항공기를 세워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총파업을 공언했던 민노총 위원장 출신이 고용노동부 산하 직업교육 전문 훈련기관인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에 임명되었다.

 

4강 대사 임명 때도 적절성과 전문성 논란이 적지 않았는데 며칠 전 해외공관장 인사에서도 외무고시를 거치지 않고 외교 경력도 없는 특임공관장들이 대거 임명되었다. 어학시험도 치르지 않아 주재국 언어구사 능력도 없지만 대선 캠프 참여 등 인연으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이다. 반면 정통 외교관으로 수십 년간 경력을 쌓아온 외교부 고위직 인사 중 전 정권에서 대미외교를 담당한 외교관들은 아예 대사 보직을 받지 못하고 배제된 경우도 있다고 하니 어떤 경위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마천은 <사기>에서“나라가 발전하거나 흥하려면 반드시 상스러운 징조가 나타나는데 군자는 기용되고 소인은 쫓겨난다. 나라가 망하려면 어진 사람은 숨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난신들이 귀하신 몸이 된다. 나라의 안일은 군주가 어떤 명령을 내리느냐에 달려있고 나라의 존망은 인재의 등용에 달려있다”고 했다. 춘추시대 제환공은 자신을 죽이려던 관중을 재상으로 발탁하여 천하를 제패했고, 칭기스칸도 몽골인이 아닌 거란족 출신으로 금나라의 관리를 지낸 야율초재를 재상으로 등용해 대제국 건설의 위업을 달성했다.

 

인재가 제대로 대접받고 능력을 발휘하는 사회가 일류국가다. 무엇보다 인재는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기 때문에 오랜 기간 경륜을 쌓은 인재는 그 능력을 100% 활용하는 것이 국가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퇴임한 나의 대학동기도 1급까지 오르는 동안 행정안전부, 참여정부 정책기획위원회와 OECD 파견, 경기도 근무를 거친 베테랑 관료다. 그런데 이런 인재들이 단지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공직을 떠나 생존마저 염려해야 하는 현실은 큰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지향하는 일류국가, 공정한 사회도 실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들이 공직의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도 결국 뛰어난 천하의 인재를 두루 등용하지 못한 인사 실패의 결과다. 대선 후 논공행상도 필요하겠지만 국정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정통 관료들이 보람을 갖고 국가에 계속 헌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인재를 아끼고 인재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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