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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제] 검증과 네거티브 캠페인

2017.04.21
2017.04.21

[건설경제] 검증과 네거티브 캠페인

[시론] 검증과 네거티브 캠페인


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마무리된 후 전문가들은 선거 예측이 실패한 이유를 찾기에 분주했다. 여러 가지 분석이 제기되었으나, 유력한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 이른바 소셜 미디어에 광범위하게 유포된 ‘가짜 뉴스’(fake news)의 영향력이었다.

일부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미 대선 직전 3개월간 페이스북에 유포된 가짜 뉴스는 860만 건으로 진짜 뉴스 736만 건보다 월등히 많았다. 물론 가짜 뉴스가 비단 어느 한쪽 후보를 상대로만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테고, 이와 같은 가짜 뉴스가 기존의 지지자를 등 돌리게 하기보다는 기존 지지자들 사이의 결집을 강화하는 효과가 더 컸겠지만,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선거 결과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선거도 2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해 예정보다 7개월이나 일찍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선은 각 당의 후보자가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짧다보니 공약을 충실히 만들고 이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후보자들의 지지율이 요동치는 상황에서는 한가롭게 공약을 가다듬고 이를 알리기보다 상대 유력 후보의 단점을 찾아내 이를 부각시키는 것이 선거 전략상 훨씬 유용함을 각 후보 진영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이른바 네거티브 캠페인이 판을 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캠페인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겠으나, 문제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가짜 뉴스와 결합했을 때 심각한 폐해를 야기한다는 데 있다.


실상 문제 제기 당시에 네거티브 캠페인이 가짜 뉴스인지 여부를 정확히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나마 사실 확인이 곧바로 가능한 사항이라면 널리 퍼지기 전에 이를 바로잡을 수 있겠지만, 예컨대 특정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 또는 여성 편력이나 뇌물수수 의혹과 같은 사안은 단시일 내에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 국민들이 특히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군 특혜나 대학입학 문제 역시 사실 확인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다행히 그 조사 결과가 선거 전에 발표된다 하더라도 공정성을 의심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지난 대선 때마다 각 후보 진영에서 상대방에 대한 이런저런 의혹들을 검증이란 이름으로 여론화하는 것을 목격해 왔다. 오래전엔 막연하게 상대 후보의 사상과 용공 성향 등을 문제 삼았다면, 1990년대 이후엔 아들의 병역비리나 주가조작 등 보다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후자와 같은 의혹들은 엄정한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었음에도 문제 제기와 거의 동시에 기정사실화되어 여론을 들끓게 했으며, 어떤 후보는 이를 극복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대세를 굳혀가던 어떤 후보는 결국 낙선의 쓴잔을 마시고 정치 일선에서 퇴장했다. 수사 결과 후자의 두 사안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선거 결과를 되돌릴 수 없음은 물론이다.


벌써부터 소셜 미디어에는 유력 후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트집을 잡고 이를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연결시키는 포스팅이 넘쳐난다. 전형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이다. 상대 후보를 열심히 비난했더니 우리 후보도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역공을 받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모르긴 해도 각 후보 진영은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며, 네거티브 캠페인의 강도는 점차 높아질 것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은 분명 매력적인 선거 전략이다. 상대 후보의 치명적인 단점 하나만 제대로 터뜨리면 선거의 승패가 바뀔 수 있다. 설령 충분한 근거가 없다 하더라도 명백한 허위만 아니라면 검증이란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설령 훗날 그와 같은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 할지라도 이는 선거가 끝난 후일 것이며, 그런 빌미를 제공한 상대 후보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 설령 선거에 진다 하더라도 의혹투성이인 부도덕한 후보에게 패한 것이므로 선거 후에도 우리 편을 결집시키는 동력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후보가 그런 전략으로 임한다면 국민들의 관심은 점점 후보들의 정책이나 공약과 멀어지고 결국은 특정 후보에 대한 이미지만 남는다. 후보는 물론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혐오와 원망의 감정이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당선 이후, 그렇게 갈라진 저쪽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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