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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제] 채용에 있어서의 청탁 혹은 발탁

2018.06.27
2018.06.27

[건설경제] 채용에 있어서의 청탁 혹은 발탁

[시론] 채용에 있어서의 청탁 혹은 발탁


북한 핵 문제를 제외하면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은 사안은 단연 강원랜드 수사와 이른바 ‘드루킹 사건’일 것이다. 강원랜드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의 외압 여부가, 드루킹 사건은 댓글 조작 과정에서 여권 핵심 관계자의 관여 여부가 각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으나, 그 배경에는 채용청탁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강원랜드 사건의 발단은 채용비리였다. 각계각층의 유력 인사들이

지인의 취업을 강원랜드 임직원들에게 청탁했고, 그 과정에서 점수 조작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이다. 채용 청탁을 받고 점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합격한 인원은 총 200명을 넘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강원랜드와의 협의를 거쳐 이들을 모두 퇴직시키고 피해자를 구제하기로 한 바 있으나, 해고 통지를 받은 채용 당사자들이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도 한동안은 이 회사가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거물급 정치인이 수사에 개입하여 처벌을 면하고자 하였는지, 검찰총장과 수사단장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었는지 하는 것들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이 사건에 대중들이 그토록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강원랜드 취업 과정에서 충격적일 정도로 광범위한 채용비리가 일어났으며, 유사한 일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분노 때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지난 1월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에 따르면 총 4,788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되어 그중 255건을 징계 회부, 109건을 수사 의뢰하였고, 채용비리에 연루된 임직원 189명을 업무에서 배제하였으며, 기관장 8명을 해임하였다고 한다. 시중 대형은행을 비롯한 사기업에 대한 채용비리 수사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호황으로 일자리가 넘쳐나고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라지만,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2018년 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20대(20~29세) 실업자의 평균 구직 기간은 3.1년이고, 3월 청년실업률은 11.6%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취업이 어렵다보니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 명이 응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어떤 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실력이나 노력이 아닌, 부모나 지인의 친분관계로 인해 나 혹은 내 자식들의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데 대한 분노와 불안감이 채용비리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관점일 것이다.

 

 채용비리는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사람은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하는 것을 말한다. 순수한 사기업이라면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을 뽑아 쓰건 말건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시비를 걸 이유가 별로 없다. 직원의 무능력으로 인한 손해는 결국 회사에 귀결될 것이고, 그 손실을 감수할만한 이유가 있다면 특정인의 채용 여부는 고용주가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용기관이 공공기관이나 국가, 지방자치단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공적인 영역에서는 무능한 사람을 채용한 데 따른 위험을 사회 전체가 부담하여야 함은 물론,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 또한 뒤로 돌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형태는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서도 특정인의 채용과 관련한 추문이 있었다. 드루킹이 인접 국가의 총영사 자리에 외교나 영사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을 추천하였다는 것이다. 실제 그 제안은 실현되지 아니하였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수사 결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으나,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사람을 특정 직위에 임명하고자 시도했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구조는 채용비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게 임명된 사람을 우리는 ‘낙하산’이라고 부른다.

 

 이런 낙하산들은 지금도 전쟁터의 공수부대원이 적지에 침투하듯 공공기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임명권자는 적법한 추천을 받은 발탁 인사라고 주장하지만, 어느 누구도 집권세력이 신임하는 인물에게 논공행상으로 나눠준 자리임을 모르지 않는다. 지금 공공기관의 감사 자리에는 회계 장부를 볼 수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이들이 즐비하며, 전문성도 의심스럽고 관련 분야 종사 경험도 없는 선거 캠프 출신 기관장이 임명된 사례 역시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한국철도공사와 한국관광공사의 사장이 누군지 확인해 보라. 일개 말단 직원이라면 훈련을 통해 업무능력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대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최고경영자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폐해는 신입직원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는 채용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명시적인 청탁이 없다면 문제 있는 발탁에 대해 분노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일까.

 

 선거가 끝난 이후 공신들에게 일정한 자리를 보전해 주는 것은 어느 정부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찜찜하다. 채용비리를 단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클수록 선거 과정에서 커다란 울림을 주었던 현 정부의 슬로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기회는 공평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을 기대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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