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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제] 살충제 계란 사태와 네 탓 공방

2017.08.30
2017.08.30

[건설경제] 살충제 계란 사태와 네 탓 공방

[시론] 살충제 계란 사태와 네 탓 공방  

 

 지난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사건이 일어나자 김영삼 대통령은 성수대교가 부실하게 건설된 탓에 그와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였다며 그 책임을 전임 정부에 떠넘기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야당의 박지원 대변인은 훗날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는 명언을 남긴다. “그럼 경복궁이 무너지면 흥선 대원군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까?”

 

 그로부터 20여 년이 더 지난 지금도 똑같은 공방이 오가고 있다. 지난 1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히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하던 중, 일부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기준치를 초화하는 비펜트린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의 계란 판매 및 계란 사용 제품의 판매가 중단되는 등 파문이 확대되자 여야가 그 책임 소재를 다투며 서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다.

 

 발단은 야당 의원이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 미흡을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질타하자 여당이 바로 반격에 나선다. 김 의원이 지난 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지냈고 그 시절 계란의 농약 잔류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부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현 처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지금 일어난 일은 부임 시기와 무관하게 현 정부 관계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재반박이 이어졌고, 급기야 시민단체에서는 전ㆍ현직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전ㆍ현직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모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현 처장에 대한 경질을 요구하는 주장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 이름조차 생소한 살충제 성분이 과연 인체에 어느 정도로 유해한지, 지금까지 먹은 계란은 안전했는지, 향후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지 등을 알기 어렵다. 이는 관련 부처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책임 공방에 여념이 없고, 주무관청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는 사태 파악이고, 그다음은 피해 확산 방지이다. 이어 재발 방지 조치가 뒤따라야 하고,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는 것은 가장 마지막에 해야 할 일이다. 사안이 마무리된 이후 냉정하게 관련자들의 잘잘못을 따진다 해도 결코 늦지 않다. 사건 초기의 책임 소재 추궁은 오히려 사안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자칫 마녀사냥 식의 희생양 찾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사태수습은 뒷전인 채 누구 책임인지를 가장 먼저 따지고 사태 수습에 매진해야 할 주무 관청 수장을 교체하기도 한다. 시스템이 정비된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일례로 미국에서 9ㆍ11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테러 정보의 입수 및 대응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 속에서도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사태 수습을 총괄했으며, 그가 사임한 것은 사건 발생 후 약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과연 국가정보원장이 사태의 뒷마무리를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티모시 가이트너는 2008년 금융위기 극복 과정을 다룬 저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현재 분노해 있는 대중들에게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보복이 매력적일지 모르나, 재앙 속에서 해야 할 진정한 도덕적 과업은 재앙을 끝내는 것이다. 정책 목표는 일부 방화범들이 정의의 채찍을 피해 가더라도, 무고한 사람들을 구해내는 것이어야 한다.”

 

 마땅히 귀담아 들어야 할 충고이나 앞으로 유사한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누구에게 정의의 채찍을 휘두를까”를 가장 먼저 따져 묻는 지금의 행태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정치권은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할 것이고, 언론은 관련 기사를 쏟아내며 성급한 네 탓 공방에 가세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분명 이익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래저래 국민들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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