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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분에 관한 판례 분석

2026.01.05
2026.01.05

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분에 관한 판례 분석

1. 법적 구분의 실익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 사망 시 형사처벌(제167조)을 받으나, '건설공사발주자'는 과태료 처분(제175조)만 받는다는 점에서 양자의 구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2. 핵심 판단기준

가. 법령상 정의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0호는 건설공사발주자를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는 도급인에 해당합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나. 구체적 판단요소
두 판결은 다음의 경우 도급인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① 위험의 외주화 여부: 사업의 주목적 수행에 필수불가결한 업무이거나, 상당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예산 절감 또는 위험 회피를 위해 도급하는 경우(수원지방법원 2024. 6. 24. 선고 2023노1420 판결, 대전지방법원 2024. 4. 4. 선고 2022노2555 판결)

② 총괄·조율 능력: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함으로써 사업의 전체적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능력이나 의무가 있는 경우(수원지방법원 2024. 6. 24. 선고 2023노1420 판결)

③ 위험요소 관리권한: 작업상 유해·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 권한이 있고, 관계수급인이 임의로 유해·위험 요소를 쉽게 제거할 수 없는 경우(수원지방법원 2024. 6. 24. 선고 2023노1420 판결, 대전지방법원 2024. 4. 4. 선고 2022노2555 판결)

3. 대법원 판례의 사실관계 및 판단

가.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1) 사실관계
인천항만공사는 A 주식회사와 '항만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약 22억 원에 도급주었습니다. 2020. 6. 3. 갑문 정기보수공사 현장에서 관계수급인 A회사 소속 근로자가 갑문 상부에서 윈치를 이용하여 18m 아래 갑문 하부 바닥으로 H빔 등을 내리는 작업을 진행하던 중, 윈치 프레임이 전도되면서 갑문 아래로 추락하자 피해자도 함께 18m 아래 갑문 바닥으로 추락하여 사망하였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인천항만공사가 법률상 해당 건설공사를 시공할 자격이 없고, 인력 및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아 건설공사의 시공을 직접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경우 다른 사업주에게 도급할 수밖에 없으므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도급인으로 판단하였습니다:
- 갑문 유지 및 관리를 주된 사업목적으로 하는 인천항만공사는 항만 핵심시설인 갑문의 유지·보수에 관한 전담부서를 두고 있음
- 갑문 정기보수공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음
- 갑문 정기보수공사에 관한 높은 전문성을 지닌 도급 사업주로서 수급인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음
-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건설공사 시공자격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로서 도급인에 해당함(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4. 하급심 판례의 구체적 적용

가. 수원지방법원 2024. 6. 24. 선고 2023노1420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 D 주식회사는 '지류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로, 화섬과 면방업계의 섬유봉, 실패의 원자재인 지관용 원지와 골판지 상자용 라이너원지를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피고인 D는 2021. 7. 7. B 주식회사와 '발브레스 필터 및 포마 프레임 철거 및 설치공사'를 공사대금 2억 1,000만 원, 공사기간 2021. 7. 8.부터 2021. 8. 20.까지로 정하여 체결하였습니다.

한편 피고인 D 공장은 20톤의 노동연관 보일러 2대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2호기 보일러에서 난방용으로 공급되는 스팀배관 누수 발생으로 약 35m의 배관을 교체하고 보온 시공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하여 피고인 D는 B으로부터 2021. 7. 30.자로 "3호기 CALENDER 측 STEAM LINE 노후부 교체" 견적서를 받고 별도의 발주나 추가계약 체결은 하지 않은 상태로 "스팀배관 노후부 교체 공사"를 진행하였고, '난방용 스팀배관 보온 작업'은 그 공정 중 하나였습니다.

B의 운영자 A는 '난방용 스팀배관 보온 작업'을 위하여 'P'에 인력을 요청하였고, P는 그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H, M, Q을 보내어 B의 지시에 따라 보온 작업을 하던 중 이 사건 사망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 이유로 도급인으로 판단하였습니다:
- 대정비 작업의 일부: 이 사건 스팀배관 교체 공사는 피고인 D가 진행하던 대정비 작업의 일부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대정비 작업의 주체인 피고인 D가 여전히 그 시공을 주도하고 총괄·관리하는 지위에 있었음
- 시공자격 미비: B은 가스·난방공사업을 등록한 바 없고, 기계설비공사를 주력분야로 등록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스팀배관 교체 공사는 기존의 '발브레스 필터 및 포마 프레임 철거 및 설치공사'와는 관련성이 없고 별도 발주에 따라 진행한 것이므로 부대공사 또는 복합공사라고 보기 어려움. B은 자체적으로 그 공사를 수행하기 곤란하여 그 소속 근로자가 아닌 P 소속 인부를 데려와 공사를 수행하도록 하였음
- 위험요소 관리권한: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 D가 자재 및 장비 출입통로에 동절기 외부공기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덮개 위로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1.2mm의 얇은 함석으로 되어 있는 위 덮개가 피해자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여 개구부가 발생하였고 피해자는 그대로 6.6m 아래의 공장 바닥으로 추락하여 사망하게 된 것임. 위 덮개는 피고인 D의 필요에 의하여 설치된 것이고 공장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와 결합되어 있으므로, 위 덮개 및 개구부 하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락 위험은 피고인 D 지배하에 있었고 그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 권한도 피고인 D에 있음
- 영세한 수급인: B은 근로자수 6명의 영세한 건설공사업체로서 피고인 D가 위험 요소를 지배하고 있는 덮개 등 주변에 스스로 안전보건조치를 이행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음. 피고인 D가 B에 이 사건 스팀배관 교체 공사에 지급한 금액은 860만 원에 불과하였음(수원지방법원 2024. 6. 24. 선고 2023노1420 판결)

나. 대전지방법원 2024. 4. 4. 선고 2022노2555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 한국중부발전 주식회사는 상시 근로자 수가 220여 명이고, 보령, 인천, 서울, 서천, 제주, 신보령, 세종 등 총 7개의 발전본부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피고인 한국중부발전은 이 사건 발전소 공사 이전에도 보령발전본부(1,800MW급, 2002년 준공), 신보령 1, 2호기(2,000MW급, 2017년 준공), 서울복합발전소(800MW급, 2019년 준공) 등 많은 발전소 건설 경험을 축적한 회사입니다.

피고인 한국중부발전은 2016. 6.경부터 총공사비가 1조 6,000억 원인 1,009MW급의 이 사건 발전소 공사를 피고인 B을 포함하여 주식회사 M, 주식회사 N, O 주식회사, P 주식회사 등 27개사에 분리·도급하여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사건 발전소 공사를 위하여 피고인 중부발전은 총 11개의 부와 3개의 팀으로 구성된 L본부를 별도로 두어 이 사건 발전소 공사를 총괄·관리하였습니다.

이 사건 배연탈황설비 공사 중 전기전자제어동 공사의 경우, 계전부 Q과가 관리·감독하도록 하여 구체적인 업무분장을 통해 공사현장을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부서와 조직을 갖추고 있었고, 위 Q과 소속인 피고인 H 등은 전기기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위 전기전자제어동 공사의 관리·감독을 위한 전문인력도 보유하였습니다.

이 사건 전기전자제어동 공사의 경우, 재하수급인 피고인 E 현장소장이 안전작업허가서를 작성한 후, 피고인 B 현장감독의 승인을 받았고, 이에 따른 현장안전점검은 피고인 B과 피고인 한국중부발전의 현장감독이 모두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습니다. 피고인 한국중부발전은 일일 단위와 주간 단위로 수급업체의 공사 일정과 진행 정도를 점검하고, 사업장 내 인력 입·출입 현황, 작업일정을 보고 받았으며, 부진 공정에 관해서는 만회 대책을 세우게 하는 등 이 사건 배연탈황설비 시공과정을 실질적으로 관리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 이유로 도급인으로 판단하였습니다:
- 필수불가결한 공사: 발전소 건설은 한국중부발전의 전력사업 수행에 필수불가결한 공사임. 배연탈황설비, 전기전자제어동, 전기전자제어동에의 수전, 수전에 따른 검상은 이 사건 발전소 운영을 위하여 따로 분리할 수 없는 일련의 공사로서 피고인 한국중부발전의 발전소 운영·유지 사업에 필수적인 업무임
- 상당한 전문성 보유: 다수의 발전소 건설 경험으로 상당한 전문성 보유. 이 사건 발전소 공사는 2016. 6.경부터 시작되어 이 사건 전기사고 시점까지 3년 이상 장기간 진행되어 왔었고 그 시공과정에 피고인 한국중부발전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함
- 총괄·관리 조직: L본부라는 별도 조직으로 27개 분리도급 공사를 총괄·관리. 안전관리총괄책임자로 A을 지정하고 이 사건 발전소 공사 사업장 내의 안전관리를 위하여 시공업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기준금액보다 2배 증액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지급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산업안전 전문기관인 R협회 전문인력 5명을 투입하여 사업장 내 안전위해 요소를 제거하는 등의 구체적인 안전관리 조치를 취함
- 수전업무 직접 담당: 수전업무를 직접 담당하여 고압 전력 공급에 따른 위험요소 실질적 관리. 전력을 공급하는 수전 업무는 피고인 한국중부발전의 고유 영역으로, 이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감전이나 폭발사고 등의 위험요소는 피고인 한국중부발전의 지배영역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관계수급인이 임의로 그 유해·위험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것도 아님(대전지방법원 2024. 4. 4. 선고 2022노2555 판결)

5. 판단 시 유의사항

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적 문구보다는 실질에 따라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 계약의 진정한 목적 및 당사자의 의사
- 계약의 전체적 내용 및 실제 수행방법
-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 지배·관리 여부
- 건설산업기본법상 시공자격 보유 여부는 결정적 요소가 아님(수원지방법원 2024. 6. 24. 선고 2023노1420 판결,대전지방법원 2024. 4. 4. 선고 2022노2555 판결)

6. 결론

판례는, 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분은 형식적 계약관계가 아닌,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 위험요소 관리능력, 사업의 필수불가결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려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도급인의 범위는 넓게, 건설공사발주자의 범위는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인천항만공사가 갑문 유지·관리를 주된 사업목적으로 하고 전담부서를 두고 있으며 높은 전문성을 보유한 점을 들어 도급인으로 판단하였고, 수원지방법원 판례는 대정비 작업의 일부로 진행된 공사에서 위험요소에 대한 실질적 관리권한을 보유한 점을, 대전지방법원 판례는 발전소 건설이 필수불가결한 업무이고 상당한 전문성을 보유하며 수전업무를 직접 담당한 점을 각각 중시하였습니다. 이러한 판례들은 모두 실질적 지배·관리 권한과 위험의 외주화 방지라는 공통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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