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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코리아] 통합가정법원 설치, 학계·법조계 지혜 모아야 기고

2022.05.30

[리셋코리아] 통합가정법원 설치 학계·법조계 지혜 모아야 기고 



‘검수완박’ 이슈에 가려져 있기는 하나, 윤석열 행정부의 중요한 사법 어젠다 중 하나는 통합가정법원 설치다. 통합가정법원은 기존 가정법원이 담당하고 있는 이혼 및 재산 분할 등 가사 사건이나 소년 보호 사건 외에 아동 학대나 가정 폭력, 소년 형사 사건 등 가사 및 소년과 관련된 각종 법적 분쟁을 가정법원에서 일괄하여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절차의 효율성을 도모함과 아울러 ‘치료 사법’의 이념을 보다 잘 구현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법원’을 지향하는 것이 통합가정법원의 설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법원은 가사소년 전문법관 제도를 처음으로 시행한 2005년부터 전통적인 사법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넘어 이른바 후견·복지적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는 법원으로서 자리매김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 가족법도 양성평등과 미성년 자녀의 복리라는 양대 이념을 바탕으로 어느 법률 영역보다 역동적인 개정 작업이 이루어져 왔다. 성차별의 상징과도 같았던 호주제가 폐지되었고, 성(姓)·본(本) 변경, 친양자 제도가 새로 도입되었으며, 협의이혼 시 숙려기간제도가 신설되었다. 또 부부가 이혼할 때는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권 및 양육자의 지정은 물론 양육비와 면접 교섭에 관한 사항까지도 필수적으로 정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고령화 추세에 따라 기존의 금치산·한정치산 제도가 폐지되고 성년후견 제도가 새로 도입되어 시행 중이다.




오늘날 가정법원이 전통적인 재판 업무뿐 아니라 미성년 자녀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후견·복지적 기능까지 무리 없이 담당할 수 있게 된 것은 약 20년에 걸쳐 국민적 합의로 위와 같은 법과 제도의 점진적인 개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가사소년 전문법관과 전문직 가사조사관 등 가사·소년 재판에 대한 깊은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인력이 지속해서 양성되었고, 서울뿐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에 가정법원이 설치되는 등 인적·물적 설비를 확충하고 정비하는 작업도 꾸준히 병행됐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대로 통합가정법원이 설치(정확하게는 가정법원의 확대 개편이 될 것이다)되면, 가정법원은 지금의 후견·복지적 기능과 역할을 넘어 명실상부하게 치료 사법의 이념을 구현하는 문제 해결 법원으로서 다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소년법원과 약물법원의 설치 및 운용의 배경이 된 치료 사법은 전통적인 형사사법만으로는 재범을 방지하고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회복적·치유적 사법은 현재 미국 사법제도 전반의 개혁을 주도하는 사법 이념 중의 하나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년재판이나 형사재판에서 기존의 응보적 사법 이념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정법원이 치료 사법의 이념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통합가정법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가정법원이 관장하는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 것인지, 본질에서 민사재판이라 할 수 있는 가사재판과 소년형사재판 등을 하나의 법원에서 처리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법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엄격한 증명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 요구되는 형사재판에 치료적 수단을 어떠한 방식으로 도입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심도 있는 연구와 검토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소년법과 가사소송법 등 관련 법률과 제도를 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학계와 실무계를 망라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검수완박에서 본 것과 같은 졸속 입법이 이루어져서는 안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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