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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빈 “검찰, 무오류 신화 깨기가 개혁 출발점”

2017.03.10

임수빈 “검찰, 무오류 신화 깨기가 개혁 출발점”



“검찰은 절대 오류가 없다는 신화를 깨야 합니다.” 엘리트 검사 출신인 임수빈(56ㆍ사법연수원 19기) 변호사가 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검찰을 향해 작심하고 쓴 소리를 던졌다.


국민들이 검찰 개혁을 열망하는 가운데 그는 지난달 서울대 법학박사 학위논문으로 ‘검찰권 남용 통제방안’을 써서 법조계 안팎의 관심을 받았다. 임 변호사는 표적수사 및 타건(他件) 압박수사, 심야조사 등 검찰권 남용의 실태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제가 검찰을 떠난 2008년보다 수사 관행이 더 나빠진 것 같다”며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검찰 본연의 인권옹호기관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사들이 조직이기주의나 무오류 신화 등 자만에서 벗어나려면 검사들을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기회가 주어져도 검사를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검찰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그는 “검찰이 지금처럼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검찰 선후배들과 고민해보고 싶다”고 했다.

1990년 임관한 임 변호사는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재직 당시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보도를 한 혐의(명예훼손)로 피소된 ‘PD수첩 사건’을 맡아 ‘기소는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가 지휘부와의 갈등으로 이듬해 1월 검찰을 떠났다.


-논문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검찰을 나와 변호사 생활을 하다 보니 검사들이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 신뢰도 부분에서 검찰이 꼴찌 기관이라고 하니, 선배로서 분석하고 후배들과 같이 한 번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썼다.”

-논문에서 표적수사, 타건 압박수사에 대해 가장 많이 할애했다. 이 부분이 검찰의 수사관행 중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표적수사나 타건 압박수사가 특수수사는 물론이고 일반 수사에서도 굉장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런 수사기법이 전파되는 이유는 검찰이 성과에 집착하기 때문인가.

“성과일 수도 있고 다른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수사하는 건 범죄다. 고문은 육체적인 부분이고, 이건 정신적ㆍ심리적 가혹행위에 해당한다. 진실이 밝혀지면 민ㆍ형사상 문제도 될 수 있다.”

-그런데 소송해도 입증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검사들이 그렇게 수사하면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야 한다. 검찰 보고 수사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공익대표자로서 인권옹호기관으로서 수사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사는 제대로 해야 하는 거지, 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후배들에게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검찰을 떠난 이후 개선된 부분이 있는 것 같나.

“더 나빠지고 있는 거 같다. 예를 들면, 검사가 피의자 면담하는 건 예전에 없었다. 변호사 되고 나서 보니 검사가 ‘면담이니 변호인이 입회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건 규정에도 없고, 검찰이 만든 거다. 이 부분은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거다.”

-검사들이 면담 때 자백 이끌어내고 싶어하고, 그걸 자랑스런 성과로 여기지 않나.

“이 부분이 굉장히 많이 퍼지고 있지만 잘못된 거다. 훌륭한 수사기법처럼 전파가 되고 있어서 누군가 끊어줘야 한다.”

-검찰은 수사환경이 안 좋아져서 이런 기법이라도 없으면 수사 못한다고 합리화할 수도 있을 텐데.

“못하면 마는 거지. 못한다고 탈법적ㆍ불법적으로 수사하면 안 된다. 그런데 검사 앞에 가면 고양이 앞에 쥐라서 수사 대상자들이 이의제기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검찰이 그렇게 수사해도 괜찮다고 착각하는 거다.”

-피의자 동의를 전제로 심야 조사하는 것도 문제라고 보나.

“심야조사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검사가 준비만 잘 하면 사실 2~3시간이면 끝난다. 장시간 조사하는 건 조사할 양이 많아서가 아니라 밤이 되면 피의자에게 불리하고 검사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사 받는 입장에서 검사는 갑이고, 고양이고 하느님인데 나중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피의자가 동의를 안 하겠나. 공정하지 않다.”

-지금도 심야조사는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규정을 고치자는 거다. 오후 9시를 원칙으로 늦어도 12시 넘기면 안 된다고. 피의자 동의도 없애고, 더 해야 하면 또 부르도록 해야 한다. 수사기관의 자비로움, 배려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수사할 때 제한을 두자는 거다. 사람 부를 때 2주 전에 부르도록 하고, 5번 이상 부르지 말라 등 절차를 법률로 규정화해서 명확하게 제한해야 한다.”

-그래도 나쁜 놈은 때려잡아야 한다거나, 피의자 사정 봐주고 인권 고려하면 수사가 제대로 되겠냐는 우려도 있다.

”법치주의가 확립된 이유는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때려 잡듯 수사하면 오류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식의 논리를 앞장세우면 독재가 되고 전제주의가 되고 인권침해가 되는 것이다. 처벌을 하는 건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데, 그렇게 한다고 또 다른 잘못을 하는 건 국가가 잘못하는 거다.”


-검사들이 수사결과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절차적인 측면을 간과한다는 건가.

”결과가 안 나오면 안 나온 대로 얘기하는 수밖에 없다. 적법 절차에 의해 적법하게 수사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할 수 없는 거다.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다 보니 그렇다.”

-검찰의 무조건적 항소ㆍ상고도 논문에서 지적했다.

“항소와 상고를 남발하는 이유는 검찰은 무오류라는 신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찰이 재판에서 져도 자기들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걸 깨야 된다. 그게 핵심이다.”

-과거사 문제의 경우 정부와 법원은 사과하는데 유일하게 검찰이 사과를 안 하고 있다.

“그게 바로 검찰의 문제다. 가혹행위는 경찰이 했지 우리가 했나. 법원이 유죄 선고했지 우리가 했나. 그런 검찰이 한 건 뭔가. 무오류 신화 때문이다. 오류를 인정하기 싫은 거다.”

-잘못을 인정하면 승진도 안 되고 심지어 옷도 벗어야 하는 검사들의 부담이 작용한 거 아닌가.

“그럴 때 뭘 우선해야 할지 검사들이 판단해야 한다. 검사 못하면 말아야지. 잘못 기소해서 감옥 가 있는 사람 있으면, 진범 찾았으면 진실을 밝혀주는 게 맞지 않겠나. ‘미안합니다’ 하고 검사 그만두면 된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도 개선해야 하나.

“기소독점주의는 괜찮다고 본다. 다만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게 통제를 해야 한다. 공소권 남용이 되지 않도록 기소기준제도를 도입하고 검찰 시민위원회 활동을 좀더 강화해야 한다.”

-검찰 개혁론자들이 검찰의 힘을 빼려고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는 대안이 될 수 있나.

“공수처는 대안이 된다. 검찰은 자기들을 견제하는 기관이 없다는 것을 무한한 권한의 원천으로 생각한다. 법원이 할 수 있는 건 기소한 걸 무죄 만드는 것뿐이다. 기소 잘못해서 당하는 사람은 몇 년씩 당한다. 감사원도 예산 같은 것 말고는 검찰 업무에는 손도 못 댄다. 검사 자체가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는 기관이 하나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검사들이 조직이기주의나 무오류 신화, 자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공수처가 또 하나의 검찰이 되면 국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의하지 않는다. 3차장 산하 검사들을 대폭 줄이고, 형사부 위주로 바꿔야 한다. 특수ㆍ인지 수사기능이 너무 비대하다. 이 부분을 줄이고 공수처가 그 역할을 대신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검사들이 특수부로 쏠리는 것이 현실이다. 옷 벗어도 돈도 잘 벌고.

“인원을 강제로 줄여야 한다. 피해자가 고소하면 형사부에서는 고소인 측에 증거를 갖고 오라고 한다. 반면 특수부는 피해자도 없는데 증거 찾으려고 샅샅이 다 뒤진다. 피해자 있는 범죄는 수사를 제대로 안 하고, 피해자 없는 수사는 깡그리 수사하는 건 맞지 않다. 억울하다는 사람을 먼저 수사해줘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