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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반쪽짜리 청탁금지법

2017.11.18

반쪽짜리 청탁금지법

 

미국 의회는 1962년에 제정한 이해충돌방지법을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법으로 평가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국회는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들의 직권남용을 금지하고 이해충돌을 방지하는데 필요한 규정을 법안심의과정에서 삭제하고 이해충돌방지를 염두에 둔 당초의 법률안의 이름까지 수정하여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제정하였다. 그 결과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애초의 입법취지는 절반도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다.

 

선출직 공직자들이 가족을 보좌진이나 회계책임자, 인턴으로 채용한 일이 심각하게 비판을 받았고, 공공기관 또는 사기업 관계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자신들의 지인들을 채용하게 한 일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사례들이 요즘 흔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는 공공기관이 특정인을 위해 맞춤형 채용기준을 만들고 평가결과까지 조작한 사실도 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지난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1988년 5공청문회에 나왔던 기업 경영인들 2세 여러 명이 등장하여, 정경유착과 부의 세습에 따른 부정적인 현상이 30여 년 동안 우리 사회에 변함없이 존재함을 실감하였다.

심지어 부모가 퇴직하면 자녀가 우선적으로 취업하는 제도도 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과거 신분제 사회의 그림자가 사회의 도처에 있어, 청년고용 절벽의 시대에 직장과 사회적 신분까지 상속되는 것 아니냐 하는 논란이 제기된다.

 

공중에 떠 있는 구름은 그 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리 크지 않게 보이나, 그 아래 땅에서 올려다보면 결코 작지 않게 보인다. 어디에서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불법과 탈법적인 경제적, 사회적 권력의 남용은 5포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심각한 좌절감과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심어주고,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잘못된 정치적, 경제적 잔재와 사회적 현상은 없어져야 한다. 젊은 세대들과 후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채용비리나 고용세습 등 불공정한 특권과 반칙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고 모든 것이 본래 있어야 할 위치로 회복되어야 한다. 규정내용이 그리 많지 않은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명목상 존재하는 법률이 아니고 이러한 부패와 부조리를 실질적으로 제거하고 예방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될 수 있도록 대폭 보완되어야 한다.

 

내부 고발자들, 부정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사람들에게 합당한 인센티브가 부여되어야 하며, 새로운 사회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과도기적으로 자발적인 비리신고자에 대한 처벌과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제도도 병행되어야 한다.

공정사회는 구두선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성숙하려면 반드시 영향력있는 사람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해충돌방지법이 시급하게 만들어져 반쪽짜리인 청탁금지법이 온전한 법으로 자리매김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