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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몸은 말한다!

2017.10.24

몸은 말한다!

 

사회적으로 좀 알려져 있는 사람들이 수사기관에 피의자로 출석하면서 보이는 공통적인 현상은 마스크로 입을 가리는 것이다.

사람들의 속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몸짓이나 얼굴표정을 통해 드러난다. 특히 입은 직접적으로 뜻을 표현하므로,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밀려 외부에 알려지면 자신의 처지를 불리하게 만드는 생각들을 자칫 발설하게 되면 큰 낭패를 맞게 된다. 그러다보니 그러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으려는 예방책으로 아예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중 앞에 선다.

 

마스크는 입만이 아니라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게 되어 얼굴 표정을 통해 내심의 의사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이고, 부정적인 상황에서의 자신의 얼굴에 마스크를 함으로써 뒷날 대중들에게 화장이나 변장을 통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우리는 이처럼 몸짓을 통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타인과 무언의 대화를 하면서 살아간다.

 

한편, 살면서 배워 온 지식과 이성 덕분에 마음으로는 희로애락을 절제하며 잘 소화해 내는 것 같아도 몸은 감성적이어서 고통과 슬픔이 누적되면 그래도 어느 정도의 진통의 터널을 살아내야 할 때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는 몸을 통해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를 종종 보내온다. 의지로 견뎌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처럼 몸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해 준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마음도 건강하기 쉽지 않다. 물론 그 역으로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게 된다. 몸과 마음은 평생을 통해 동행한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세월이 갈수록 후천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의미다. 말소리나 음색, 걸음걸이나 앉는 자세만으로도 그 사람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다.

그런데 감기로 인해 옆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처지가 아닌데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까움이 크다.

 

누구나 크든 작든 실수를 하면서 살아간다. 허물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러나 그 실수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그 책임을 지는 모습이 오히려 보기 좋고 주위 사람들은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그 사람이 재기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축복하기도 한다.

입을 가리고 말하는 사람은 신뢰받을 수 없다. 말의 내용과 다른 입의 표정에서 그 속내를 들키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속과 다른 말을 할 때면 자기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입을 손으로 가리면서 말하게 된다.

얼굴은 그 사람의 인생 전부이기도 하다. 마스크로 그러한 얼굴을 가리는 것은 또 다른 속임수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좀 알려진 사람들이 검찰이나 법원에 출석하면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않는 당당한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꿈일까?

특별히 공적 직분을 담당했던 분들이라면 더욱이 국민들에게 마지막 봉사하는 의미에서라도 진실을 직시하는 용기와 정중하게 사죄하는 마음을 발휘하여 가면과 위선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참된 본 모습으로 돌아가는 참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